K뷰티 제품을 미국에서 사는 일은 더 이상 어렵지 않다. 오히려 너무 많은 브랜드와 제품 중 무엇을 골라야 할지가 문제다.

그래서 올리브영과 세포라의 미국 협업은 단순한 상품 수출보다 흥미롭다.

CJ올리브영은 8월 20일부터 미국 세포라 약 580개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에서 ‘Olive Young K-Beauty Edit’를 선보인다. 초기 구성은 19개 브랜드, 약 150개 제품이며 트렌드와 현지 반응에 따라 연 2회 구성을 바꿀 계획이다.

올리브영이 가져가는 것은 한국에서 검증된 상품만이 아니다. 어떤 신생 브랜드가 뜨는지, 어떤 제품이 반복 구매되는지, 어떤 가격대와 카테고리가 반응하는지 판단해온 큐레이션 능력이다.

플랫폼이 상품의 ‘전체’를 제공하는 시대에는 오히려 무엇을 빼고 무엇을 앞에 놓는지가 리테일러의 가치가 된다.

세포라는 한국 시장의 공급망과 트렌드 감지 체계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지 않고 올리브영의 필터를 이용할 수 있다. 올리브영은 미국 전역에 직접 매장을 깔기 전에 세포라의 유통망을 통해 브랜드 영향력을 확장한다.

이 모델이 잘 작동하면 한국 리테일 기업의 해외 진출 방식에도 의미가 있다.

항상 국내 매장을 그대로 복제해 해외에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 공급자 네트워크, 상품 선별 능력 같은 ‘리테일 운영 지식’을 다른 사업자의 매장에 올릴 수도 있다.

물론 세포라 고객의 취향이 한국과 같을 리 없고, K뷰티 유행의 지속성도 검증해야 한다. 그래서 연 2회의 라인업 재편이 중요하다. 현지 반응을 다시 상품 선택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리브영의 미국 실험은 유통사의 해외 수출품이 꼭 자체 브랜드일 필요는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때로 가장 가치 있는 상품은 “무엇을 팔아야 하는지 아는 능력”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