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이 매장에 도입한 AI 쇼핑 어시스턴트를 단순한 추천 키오스크로 보면 이 프로젝트의 가장 현실적인 가치를 놓치게 된다.
CJ올리브영은 외국인 고객 비중이 높은 매장을 중심으로 AI 기반 쇼핑 어시스턴트를 도입했다. 고객은 제품 정보와 추천, 재고, 상품 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고, 시스템은 8개 언어를 지원한다. 별도의 AI 번역 기능은 직원과 외국인 고객의 대화도 보조한다.
이 기능이 흥미로운 이유는 한국 리테일의 아주 구체적인 운영 문제를 겨냥하기 때문이다.
K뷰티 매장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늘었지만, 매장 직원이 모든 제품 성분과 사용법을 여러 언어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기 매장일수록 ‘이 제품이 어디 있나’, ‘재고가 있나’, ‘어떤 피부 타입에 맞나’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AI가 이 반복적인 정보 탐색을 흡수하면 직원은 인간이 더 잘하는 상담과 운영에 시간을 쓸 수 있다.
동시에 이 시스템은 새로운 데이터 소스이기도 하다. 올리브영은 고객이 어떤 질문을 하고 어디에서 오래 머무는지 등을 대시보드로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잘 활용하면 상품 구성과 매장 동선, 외국인 고객용 콘텐츠를 개선하는 입력이 된다.
주의할 점도 분명하다. 화장품 추천은 피부 상태와 개인 취향이 얽혀 있고, 번역 오류나 과도한 제품 추천은 신뢰를 해칠 수 있다. 키오스크가 직원보다 빠르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상담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성패는 AI가 사람을 대체하느냐가 아니라 매장 안에서 어떤 질문을 소프트웨어가 맡고 어떤 질문을 사람에게 넘길지에 달렸다.
좋은 매장 AI는 고객에게 AI를 체험시키는 장치가 아니라, 매장 전체를 조금 덜 막히게 만드는 장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