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장보기의 문제는 주문을 받는 것이 아니다. 신선식품과 냉동식품을 골라 담고, 대체상품을 처리하고, 정해진 시간 안에 문 앞까지 보내면서도 돈을 남기는 일이다.
롯데와 오카도가 부산에서 가동한 자동화 CFC(Customer Fulfilment Centre)는 바로 그 문제를 겨냥한다.
오카도에 따르면 이 센터는 부산과 영남권 약 400만 가구를 서비스할 수 있는 거점으로 설계됐다. 로봇 기반 자동 피킹 시스템과 함께 영하 25도 수준의 냉동 구역까지 자동화했으며, 수작업 냉동 운영 대비 두 배 이상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롯데는 이를 기반으로 오전 7시 이전 새벽배송도 운영한다.
화려한 로봇보다 눈여겨볼 것은 냉동 자동화다.
온라인 식료품 물류에서 냉동·저온 작업은 노동 강도가 높고 인력 확보도 쉽지 않다. 이 구간을 자동화할 수 있다면 단순 피킹 속도 이상의 효과가 난다. 인력 구조와 작업환경, 처리량의 예측 가능성이 동시에 바뀐다.
그러나 CFC의 경제성은 자동화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고정비가 큰 시설은 충분한 주문 밀도가 필요하고, 수요가 예상보다 낮으면 로봇이 아무리 효율적이어도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다. 마지막 1마일 배송 비용도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처럼 이미 빠른 배송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추가 비용을 얼마나 받아들일지도 변수다.
그래서 부산 센터는 롯데의 온라인 식료품 사업뿐 아니라 오카도의 아시아 확장에도 중요한 시험대다.
성공의 기준은 “세계적인 자동화 기술을 도입했다”가 아니다. 기존 방식보다 주문당 비용을 낮추면서 품질과 배송속도를 유지하고, 그 모델을 다른 권역으로 복제할 수 있느냐다.
리테일 자동화가 진짜 산업이 되는 순간은 로봇이 움직일 때가 아니라 손익계산서가 움직일 때다.